2014년 1월 17일 금요일

우리 아이의 첫 컴퓨터

아장아장 발걸음을 떼던 아이가 어느덧 이래저래 컴퓨터를 쓸 나이가 되었다. 여유만 있다면야 가볍고 성능 좋은 맥북에어를 사주겠지만, 우리 아이가 그 정도로 삼신할머니 뽑기 운이 좋진 않다 보니 다른 방도를 찾아주기로 했다. 아빠가 쿵작쿵작 손수 만들어준(?) 컴퓨터도 나름대로 정감이 있을 것 같아, 집 한구석에서 긴 잠에 빠져있는 있는 씽크패드 X31(이하 X31)을 살려보기로 했다.
ThinkPad X31 Image
LG-IBM에서 판매하던 씽크패드 X31
먼저 BIOS는 윈도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게 편하니, 버전을 확인해 보았다. 평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열심히 하는 편이라, Lenovo에서 제공하는 마지막 바이오스 버전(3.02,  QET97WW)이 올라가 있는 걸 확인했다.

아무래도 최신 OS를 돌리려면 현재 장착된 1GB의 메모리는 부족하겠다 싶어서, 최대 허용 메모리인 2GB까지 용량을 늘려주었다. 어댑터를 뽑으면 1초도 견디지 못하는 건전지는 더 큰 용량으로 교체해주 었다. CPU도 느린데, IO에서까지 느리면 정말 못 쓰겠다 싶어서 HDD도 SDD로 교체해주었다.

씽크패드 X31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명세
  • 메모리: 삼성전자 DDR 1G PC-2700 * 2, 47,000원
  • ODD: 삼성전자 SE-208DB, 42,000원
  • 건전지: BM-battery 5200mAh, 90,000원
  • SSD: 리뷰안테크 2.5인치 IDE 64GB, 199,000원
이것저것 사다 보니 거의 넷북을 새로 구매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생각보다 큰 지출이다. 영혼이 없는 넷북을 사주느니, 아빠의 손 때가 묻은 명기가 더 정감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우분투 설치로 넘어간다.
PAE는 32비트 컴퓨터에서 4GB 이상의 메모리를 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인데, 최신 우분투는 이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커널을 사용한다. 문제는 CPU가 PAE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엔 설치가 안 된다는 점이다.

X31의 CPU는 PAE를 지원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CPU 기능 목록에는 PAE 지원이 빠져있다. 즉, 커널이 CPU의 기능을 확인하면, 실제로는 PAE 기능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미지원으로 나온다. 우분투 최신 버전으로 설치를 해보면 CPU의 PAE 미지원으로 설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에러가 난다.

해결 방법은 non-PAE 커널이 들어있는 예전 설치 이미지로 최소 설치를 하고, CPU가 기능 지원 목록에 PAE 기능을 수동으로 넣어준 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먼저, non-PAE 커널이 들어있는 다음의 설치 이미지로 설치를 완료한다. 처음부터 여러 꾸러미를 설치하면 판올림 시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부팅만 될 정도로 최소한의 꾸러미만 설치한다.


설치가 끝나고 재부팅한 후, CPU의 기능 지원 목록에 PAE를 추가한다. 이제 최신 버전으로 판올림을 할 차례이다. 12.04는 LTS로 기본적으로 LTS로의 판올림만 하도록 설정되어 있고, 다음 LTS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므로, 현재 설정으로는 판올림할 수 없다. 이 설정을 수정한다.

한 번에 최신판으로 판올림하면 좋겠지만, 12.04부터 최신판 사이의 모든 판올림을 차례로 수행해야 한다. 다음 과정을 두 번 반복해서 13.04까지 판올림해준다. 13.10은 한글 입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13.04까지 무사히 판올림했다면, 아이가 쓸 노트북이니 에듀분투를 설치한다. 컴퓨터 사양을 고려하면, Lubuntu가 적합하지만, 아이도 예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쓸 권리가 있지 않은가?

많고 많은 꾸러미를 다 설치하고 재부팅을 한다. 기본 환경으로 로그인하니 검은 화면에 커서만 하나 딸랑 보인다. 유니티에 뭔가 버그가 있는 것 같다. 다행히도 Fallback 환경으로 로그인하니 데스크톱 환경을 제대로 뜨는데, 좀 많이 느리다.


비디오 가속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다 보면 다른 그래픽 카드에 병목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우분투 기본 설정으론 비디오 가속이 되지 않아서 그렇다. 다음과 같이 수동으로 X윈도를 설정해 줘야 2D와 3D 가속을 활성화할 수 있다. 먼저, X.org의 설정 파일을 하나 생성한다.


현재 디렉터리에 현재 X윈도에 기반한 설정 파일이 Xorg.conf.new라는 파일로 생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이걸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etc/X11/에 xorg.conf란 이름으로 복사한다.


그래픽 카드 오버클록

http://wiki.archlinux.org/index.php/IBM_ThinkPad_X31
비디오 카드의 작동 주파수를 높여서 그래픽 성능을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설정은 영구적인 하드웨어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rovclock란 이름의 스크립트를 /etc/init.d/ 아래에 생성한다.



이 스크립트에 실행권한을 부여하고, 부팅 절차에 등록한다.


TRIM 설정

IO 속도 개선을 위해 SSD를 달았지만, 처음과 같이 빠른 속도를 유지하려면 TRIM 기능을 켜야 한다. /etc/fstab에 아래와 같이 discard를 추가하면, 컴퓨터가 틈틈이 TRIM 기능을 수행한다.



Suspend/Resume 문제

노트북의 LCD를 닫으면 초승달 모양의 LED에 불이 들어오면서, Suspend 상태로 잘 진입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LCD를 다시 열면 검은 화면만 보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의 가장 쉬운 해결책은 /etc/default/grub을 아래와 같이 수정해서, 커널에 nomodeset 옵션을 보내주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콘솔 화면이 나오지 않는 문제와 그래픽 카드 가속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임시방편으로 Suspend/Hibernation 상태로의 진입을 막아 놓기로 했다. /usr/share/polkit-1/actions/org.freedesktop.upower.policy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동영상 재생

DVD 재생은 아이가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이다. 그래서 외장 ODD도 심사숙고해서 골랐다. 아래 페이지를 참고해서 필요한 꾸러미를 설치해주면 기본적인 재생은 가능하다. 다만, 느리다. 우분투의 기본 재생 프로그램인 Totem은 X31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다행하게도 VLC 미디어 재생기를 사용하면 전혀 무리 없이 DVD를 재생할 수 있다.

VLC의 로그는 왜 러버콘일까?

마치며

아이에게 컴퓨터를 전달해 주었는데, 시큰둥해한다. 내가 어렸을 땐, 컴퓨터를 갖게 됐을 때 그렇게 기뻤는데…. 새대 차일까? 오히려 쉽게 쓸 수 있으면서, 갖가지 게임이 들어있는 넥서스7을 더 좋아한다. 아빠가 고생해서 마련해 준 걸 아는지, 그래도 애써 좋은척하는 녀석이 귀엽긴 하다. 주말마다 아이 앉혀놓고, 컴퓨터 교육이나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