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에어의 미려한 라인에 젖어서 기회를 엿보던 중, 한 가지 사항이 날 돌아서게 했다. 파이썬과 C++을 주로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나에게 SWIG 컴파일에 애를 먹는 시스템은 선택사항이 아니었기 때문!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맥을 쭉 써온 친구들이 단번에 컴파일하지 못하는 장면은 맥에 대한 환상을 깨버렸다. 뭐, 그 밖에도 맥의 부담스러운 가격도 한몫을 했지만.
씽크패드X201i 3249-nr2 |
노트북을 받은 날과 다음 날은 각종 깔린 윈도7 홈 프리미엄의 업데이트를 하며 보냈다. 하드웨어 이상이 생겼을 때나 바이오스를 업그레이드할 때 노트북에 깔려나온 윈도가 있으면 편하므로 윈도를 삭제하지는 않았다. 레노버에서 바이오스 업그레이드용 부팅 디스크 이미지를 배포하므로 이걸 이용하면 되지만, 역시나 윈도에서 ThinkVantage 시스템 업데이트를 이용하는 편이 편하다. 나온 지 오래된 녀석답게 업데이트도 참 많았다.
설치된 윈도가 64비트이니 우분투 64비트 버전을 깔기로 하고 보니, 2011년 9월에 설치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가 있었다. 10.04 LTS와 11.04. 메모리 스틱으로 설치하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11.04는 설치 중에 커널 패닉이 발생했다. 남은 유일한 옵션은 10.04 LTS 64비트였고, 이 녀석은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복구 영역과 공장 초기화 영역 등은 그냥 두고, 윈도에는 50GB를 할당했다. 스왑은 하드웨어 최대 지원 메모리의 두 배인 16GB를 할당하고 나니 우분투에는 420GB를 쓸 수 있었다.
디스크 공가 분배 |
설치 후, 바로 10.10을 거쳐 11.04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사용 중에 하드웨어 오류로 보이는 문제가 세 가지 발생했다. 첫 번짼 단 한 번 발생했지만, 무선랜 장치가 사라지는 문제. 이건 콜드 부팅 후에 장치가 살아났고 아직 이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는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선 네트워크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무선 네트워크를 수동으로 끌 때 무선 네트워크 장치의 커널 모듈이 내려가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럴 땐, 아래와 같이 수동으로 커널 모듈을 올려줘야 한다.
$ sudo modprobe r8192se_pci두 번째는 화면이 갑자기 꺼거나 아예 재부팅되는 현상으로 하루 사용 중에도 몇 번 일어났다. 노트북의 바이오스를 확인해보니 2010년 10월 26일 자 1.31 버전이었고, 이후 바이오스 변경 목록을 살펴보니 발생 조건은 다르지만, 디스플레이 블랙아웃 문제와 재부팅 문제 해결 등의 내용이 있었다. 바이오스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니 이 문제는 사라졌다.
세 번째는 사용 중에 갑자기 멈추는 문제로, 노트북을 켠 상태로 들고 다니거나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고정되지 않은 곳에 두고 사용하면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이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배터리의 결합부가 조금 의심이 간다. 다른 씽크패드는 배터리 결합부가 꽉 끼이는 느낌인데, X201i 3249-nr2의 배터리 결합부는 조금 헐겁다. 배터리가 고정부에 조금 유격이 있는 것 같다. 노트북을 켠 상태로 이동하거나 바닥이 고정되지 않은 곳에서 사용하면 전원부의 접촉불량으로 멈추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여기까지 해서 모든 하드웨어가 윈도7에서처럼 다 작동하는 건 아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지문스캐너. 이건 씽크위키를 참고 해서 잡으면 된다. 하지만 로그인 방식을 지문인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한 손가락의 지문만 등록할 수 있고 인증이 필요할 때마다 지문을 요구하는 등, 윈도보다 매우 불편하다.
충격을 감지해서 하드디스크를 보호하는 Active Protection System도 직접 손봐줘야 한다. 필요한 패키지를 설치하고, hdapsd 서비스를 시작한다.
$ sudo apt-get install tp-smapi-dkms hdapsd $ sudo /etc/init.d/hdapsd restart작동 여부는 hdapsd를 직접 실행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명령어를 입력한 다음, 노트북을 움직여 보면 하드디스크 파킹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sudo hdapsd또한 find / 명령을 내린 후 노트북을 움직여 보면, 충격이 감지될 때마다 결과 출력이 멈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냉각팬의 속도는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는다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일반적인 용도에는 충분하고 CPU 사용량이 많으면 부족한 속도다. 씽크패드의 온도에 따라서 회전 속도를 조절하려면 thinkfan을 이용해야 한다. 이 설정은 잘못 설정하면 노트북에 열 손상을 가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X201i가 저가 모델이라서 그런지, 장착된 온도 센서가 하나뿐이어서 각 부분별 온도에 맞춰 세밀하게 냉각팬 설정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아직 X201i 용의 thinkfan 설정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기본 설정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작동한다는 보고가 있니 용감하게 시도해보자. 먼저, thinkfan을 설치한다.
$ sudo apt-get install thinkfanthinkpad_acpi 모듈이 팬의 회전 속도를 조정하도록, /etc/modprobe.d/thinkpad_acpi.conf 파일에 다음 줄을 추가한다.
options thinkpad_acpi fan_control=1마지막으로 /etc/default/thinkfan의 다섯 번째 줄을 다음과 같이 수정해서 부팅할 때, thinkfan이 시작되도록 한다.
START=yes이제 노트북을 재부팅하면 된다.
세 가지 장치를 수동으로 설정해야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모든 장치가 우분투에서 정상으로 작동한다. 씽크패드 답지 않게 배터리 결합이 조금 느신하지만, 이것 때문에 전원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누군가 우분투를 깔아 쓸 노트북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씽크패드 X201i 3249-nr2를 소개해 줄 것 같다.